감독: 테이트 테일러
주연: 엠마 스톤, 비올라 데이비스,
옥타비아 스펜서, 제시카 차스테인

1963년 미국 남부 미시시피주 잭슨, 흑인 가정부는 백인 주인과 화장실도 같이 쓸 수 없었다? 2020년의 시각으로는 그저 옛날 이야기 같지만, 세상을 바꾸기 위한 보통 사람들의 작은 용기들이 오늘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음을 영화를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흑인 여성으로 태어나 다른 인생은 전혀 생각해보지도 못한 채 가정부가 되어 백인 아이를 돌보고 백인 고용주가 시키는 온갖 허드렛일을 하며, 화장실조차 함께 쓰지 못하게 하며 차별이 곧 신변의 위협으로까지 이어지는 흑인 가정부의 삶을 털어놓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됩니다.

흔히 차별, 저항, 투쟁을 다룬 영화는 거칠고 선동으로 가득차기 쉬운데, 영화 <헬프>의 이야기는 따뜻하고 자연스럽고 재미있습니다. 영화 <헬프>의 표면적인 갈등은 흑백갈등이지만, 조금만 영화를 잘 들여다보면 투쟁과 저항을 넘어서는 소외된 약자에 대한 배려를 이야기합니다.
뚱뚱하고 못 생겼다는 이유로 엄마에게 제대로 안겨보지도 못하는 백인 소녀에게 주인공인 흑인 가정부 에이블린(바이올라 데이비스 분)은 ‘You is kind, You is smart, You is important’라고 수시로 속삭입니다. 그 목소리는 흑백을 넘어서는,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의 바탕이 아닐까요? 그렇기 때문에 그녀들의 용기 있는 고백이 지금의 세상을 만들어온 것이 아닐까 하는 질문을 던집니다.

감독: 피터 패럴리
주연: 비고 모텐슨, 마허샬라 알리

한 클럽에서 ‘고객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이탈리아계 백인 토니(비고 모텐슨)은 건물이 리모델링에 들어가는 바람에 졸지에 백수가 될 처지에 놓였고, 천재 피아니스트이자 부유한 흑인인 돈 셜리 박사(마허샬라 알리)에게 고용됩니다. 토니는 주급 125달러에 ‘돈 셜리 트리오’ 미국 남부 투어 8주 동안 셜리의 손발이 되는 업무를 맡게 되면서, 인종차별이 주제인 버디무비이자 로드무비이고 코메디 영화인 <그린 북>은 시작됩니다.
영화 <그린 북>은 단순히 백인과 흑인의 차별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다중적 존재인 우리 모두가 각자가 처한 ‘차별’의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유쾌하지만 묵직하게 보여줍니다. 우리는 상황에 따라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피해자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자신과 다른 사람과 어떻게 관계 맺고 대화할지에 대한 고민이 강자 또는 기득권자만의 고민이 아님을 영화는 잘 보여줍니다. 백인이지만 하류계층인 이탈리아계 토니, 흑인이지만 상류층이고 돈이 많지만, 대다수의 빈곤한 흑인과는 어울리지 못했던 셜리의 다양한 모습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영화의 제목인 ‘그린 북’은 미국에서 흑백분리가 있던 시절 흑인이 여행할 때 묵을 수 있는 숙소 등을 정리한 일종의 흑인 전용 가이드북의 이름입니다. 존재 자체가 차별의 산물인 ‘그린 북’을 영화의 제목으로 정한 점도 흥미롭습니다.

감독: 데오도로 멜피
주연: 타라지P. 헨슨, 옥타비아 스펜서, 자넬 모네

1960년대 미국은 소수의 백인 남성들이 주도하던 사회였던 관계로 차별과 편견 속에 역사의 첫 페이지에 나오지 않은 숨겨진 위대한 인물들이 많았습니다. NAS의 역사를 바꾼 천재 수학자 캐서린 존슨, NASA 최초의 흑인 여성 책임자 도로시 본, NAS 최초 흑인 여성 엔지니어 메리 잭슨 등 우주보다 빛나는 천재들의 숨겨진 실화를 다룬 영화 <히든 피겨스>입니다.
흑인이라는 이유로 800m 떨어진 유색인종 전용 화장실을 사용해야 하고, 여자라는 이유로 중요한 회의에 참석할 수 없고, 공용 커피포트조차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현실 속에서 그녀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고 자신들의 실력을 발휘해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서 그런지 관객들이 잔뜩 기대하게 되는 극적이고 통쾌한 한방은 좀 부족합니다. 현실 기반으로 당시의 시대상이 고스란히 반영된 영화라 답답함이 더 크게 느껴지지만, 세 흑인 여성들의 활약상이 그야말로 찬연히 빛나는 영화입니다.

감독: 캐서린 비글로우
주연: 존 보예가, 안소니 마키, 윌 폴터

영화는 1967년 7월23일부터 29일까지 일어난 미국 디트로이트 폭동의 와중에 저격범을 찾아 알지어스(Algiers) 모텔에 난입한 경찰들의 가혹한 심문으로 투숙객 3명이 죽게 되는 사건으로 시작합니다. ‘남자보다 더 마초적인 여성 감독’이라는, 존경과 질투가 공존하는 평가를 받고 있는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긴장감 있는 연출로 ‘모든 폭력은 정당하지 않음’의 메시지를 돌직구로 관객들에게 날려버리는 영화입니다.

캐서린 비글로우 특유의 거칠고 사실적인 스타일과 화법으로 아직도 진행중이고 청산하지 못한 인종차별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입니다. 백인 여성 감독이 다룬 1967년 디트로이트에서 흑인들에게 가해졌던 ‘학살’을 이야기는 2020년의 오늘과 결코 다르지 않음에 우리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는 데 모자람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