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 요즘 新문물

지금 네 앞에 놓여 있는 건 총알 탄피야.
한국전쟁 당시 이거는 전쟁 무기 외에 ㅇㅇ에도 쓰였다고 해.
이 ㅇㅇ은 무엇일까? 놀랍게도 그건 투표야.
당시 우리나라 기표 마크는 ○ 모양이었는데, 지금처럼 기표 용구가 정해져 있지 않아서 ○ 모양으로 마크를 남길 수 있는 물건은 무엇이든 기표 용구로 사용되었다고 해.
대나무, 붓대, 나뭇가지… 한국전쟁 직후에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탄피에
인주를 묻혀서 투표를 했대.
그러다 1985년에 들어서야 표준화된 기표 용구를 사용하게 된 거지.
오는 3월 9일이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인 건 알고 있지?
그래서 오늘은 기표 용구처럼 선거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준비했어.

12살 성은이는 이번 새학기 반장선거에 출마해. 성은이 엄마도 덩달아 바빠졌지.
‘라떼 시절’에 반장선거는 ‘교실에 화분 몇 개 놓겠습니다’,
‘친구들이랑 사이 좋게 지내겠습니다’ 같은 간단한 공약만 내걸면 됐는데,
요즘 애들 선거는 그때랑 차원이 다르거든.

“축구, 농구 골대를 설치해 친구들의 건강을 책임지겠습니다”처럼 목표와 기대효과, 구체적인 실행안이 있어야 해.
또 이런 공약은 단순 연설로 끝내선 안 돼.
요즘 트렌드에 맞게 ‘영상’으로 만들어 어필해야 하거든.
특히 틱톡이나 유튜브처럼 공유가 쉬운 영상 플랫폼을 사용해 선거 유세에 나서고 있는데, 영상 내용도 친구들
즉 지지세력을 동반한다든지 후보 통합이나 합동 유세 등을 담아서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한 전략을 취하고 있어.

자, 성은이도 엄마랑 열심히 만든 홍보 영상을 반 톡에 공유하고 유세 작전을 펼쳤어. 대망의 투표와 개표일! 엄마는 기대에 가득 찼지.
우리 성은이 이름 옆에는 바를 정(正)자가 몇 개나 새겨질까?
그런데 바뀐 건 유세 풍경만이 아니었어.
우리 때는 후보자가 한 표를 받을 때마다 正을 ㅡ부터 한 획씩 그었잖아.
그런데 지금은 투·개표 방식도 인터넷 투표, 터치 스크린 투표로
진행하는 거야.
디지털 투표는 코로나19로 비대면 학급 문화가 안착하자 더 빠르게 확산되었고,
지금은 正 대신 그래프나 숫자로 득표율을 확인하는 학교가 많다고 해.

선거의 꽃 중 하나는 개표 실황을 생중계해주는 개표 방송이야.
문제는 전국민의 표를 집계해 지역별, 후보별로 보여주는 내용이 전부라 오래 시청하면 지루해.
10대는 물론 2,30대에게도 외면받던 방송 중 하나가 개표방송이었지.

그런데 2012년 SBS에서 3D 애니메이션으로 각 후보들의 득표율을 재미있게 보여주는
방송을 하면서 2,30대에게 엄청난 호응을 얻었어.
근엄한 대선 후보들이 타잔 옷을 입고 정글을 달리거나 펜싱을 하면서 득표율에 따라
서로 다른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장면이 재미를 선호하는 2,30대 세대들의 취향과 맞아 떨어졌거든.
그 후 MBC, KBS에서도 애니메이션을 적용한 재치 있는 개표 방송을 도입했어.

지난 2017년에는 세계적으로 인기인 드라마 <왕좌의 게임>과 <포켓몬>을 패러디한 개표방송을 내보내
외신에서도 ‘The Crazy Ways South Koreans Watched the Election’라는 제목의 기사로 소개되기도 했어.
이제 방송사의 개표방송은 대선 결과만큼이나 사람들의 기대를 모으는 이벤트가 되었지.
올해 개표방송은 메타버스 열풍에 맞춰 3차원 가상공간을 무대로 펼쳐질 거라는 추측이 많아.

개표방송이 위신을 내려놓자 후보들의 선거유세도 탈엄근진(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함을 벗어남)을 시작했어.
인터넷 용어를 차용하거나 각종 밈(SNS에서 유행하는 짤방, 패러디 등)을 활용한 ‘B급 감성’ 콘텐츠로 자신을 홍보하는 후보들이 늘어난 거지.
특히 코로나19로 대면 유세가 어려워지자 후보들은 트위터, 유튜브 같은 SNS를 적극 사용했어.
그리고 홍보 콘텐츠의 ‘병맛’은 더욱 짙어졌지.
왜일까? SNS를 주로 사용하는 세대가 누구아?

바로 MZ세대지.
이들은 진지하고 무거운 열 마디보다 짧고 재미있는 한 마디를 선호해.
온라인에서 자신을 효과적으로 홍보함과 동시에 2,30대 젊은 유권자들의 표심까지 공략할 수 있기 때문에 후보들은
B급 감성의 홍보 콘텐츠에 주력했지.
패러디는 기본이고, 노래, 연기 어떤 후보들은 자신의 전공을 살려서 실생활에 유용한 정보들을 제공하기도 했어.
하지만 일각에서는 ‘선거가 장난이냐’며 B급 코드에 지나치게 편중된
지금의 유세 분위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어.

1839년, 마커스 몰튼이 한 표 차이로 미국 매사추세츠 주지사에 당선되었다는 얘기는 많이 들어봤을 거야.
이맘 때면 투표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기 위해 SNS에 가장 많이 언급하는 일화니까.
그런데 실제로는 한 표 차이가 아니라 309표 차이였어.
그런데 ‘한 표 차이’ 일화가 떠돌게 된 건, 당시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되려면 반드시 과반 이상 득표를 얻어야 하는데,
당시 모튼 후보의 득표율이 50.001%였거든.
한 표만 적었더라도 그는 당선될 수 없었을 거야.
이 외에 투표로 바뀐 결과들이 많아.
특히 기업에서 마케팅을 위해 진행한 이벤트에서 흥미로운 사건들이 많이 생겼지.

일명 ‘파맛 첵스 부정선거’로 불리는 ‘첵스초코나라 대통령 선거’가 대표적인데, 2004년 농심켈로그에서 신제품 시리얼인 첵스초코 홍보를 위해 초코맛 ‘체키’와
파맛 ‘차카’ 두 후보를 두고 득표수가 많은 쪽 첵스를 생산하겠다는 이벤트를 열었어. 기업 의도대로라면 달콤한 초코맛 체키가 선출되어야 하는데,
한 온라인 커뮤니티 유저들이 파맛 차카에 무더기로 투표를 하면서 체키보다
10배에 가까운 득표수(42,719표)를 얻게 된 거지.
당시 농심은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해 득표한 것으로 추정되는 무효표를 걸러내고, 초코맛 체키를 당선시킨 후 예정대로 해당 제품을 출시했어.
이 사건은 오랫동안 ‘파맛 첵스 부정선거’로 불렸는데 2020년에 첵스 파맛이
정식 출시되며 막을 내렸어.
이 당시 사람들의 반응이 어땠는지 알아? ‘민주주의는 승리한다’였어.

투표에 대한 마지막 이야기는 우리가 투표를 할 때 지켜야 할 매너나 주의점들이야.
특히 요즘에 투표한 뒤 SNS에 인증샷 올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무엇을 찍느냐에 따라 자칫 무효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해.
다음 6가지 투표에 관한 상식을 읽어보고, 이번 투표도 잘 참여하길 바랄게.